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취직한 친구들이 자리잡은 곳이 아마 이 동네 꼭대기였던것 같다
어쩜 그리 높은 곳에 집을 얻었는지 여기 서울인가 싶기도 하였지만
햇볕 한줌 들지않는 반지하보다 바람드는 옥탑방이 궁전처럼 부러웠다
큰비가 쏟아지면 아랫집 지붕에 빗물과 오수가 썩여서 흘러가고
너무 춥고 더운 그래서 더 고단했던 시간을 보내던곳이지만 그 기억은 부서져 나간다
한 녀석은 허물어진 집처럼 망가진 육신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고
또 다른 녀석은 새로 지어올린 아파트처럼 단단하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으니
누구에게 무너져내린 과거라면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이 올라가는 내일이 될터
수메르인의 지구랏트(바벨탑)보다 더 높이 더 단단하게 올라가길....